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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08년 10월
성공적인 삶을 사는 싱글맘의 자녀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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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한부모가정의 살아있는 이야기] 내 몸이 아프데요




내 몸이 아프데요



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고 하던데,
난 며칠 째 감기로 골골하고 있다.
약국에서 약 봉지 하나 덜렁 받아와 빈속에, 입 안에 털어 넣고
물 한 컵을 벌컥 마신다.

찬 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데
왜 가슴 한편이 이리도 시리고 저려 오는 걸까?

뼈 속 가득한 외로움이, 서글픔이 오뉴월 열병이 되어 버렸나 보다.
어느 날 갑자기 거짓말처럼 내 앞에 다가 온 이혼을 앞에 두고
난 담담한 척, 태연한 척, 용감한 척,
내 앞에 있는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척 하고 있었다.

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나 보다.
지금 내 마음보다 내 몸이 먼저 아파하고 있다.
오늘 따라 비바람은 왜 이리도 불어 대는지 모르겠다.
내 몸 깊숙이 뻥 뚫린 가슴 속 깊이 찬바람이 일고 있다.

이제 눈물도 나지 않는다.
그저 멍한 내 자신을 보고 있을 뿐이다.
이대로는 안 된다. 안 된다. 안 된다 하며 내 스스로에게 다그쳐 본다.

이혼 준비를 하면서 며칠 잠을 꼬박 세웠다.
내 머리 속에서는 앞으로의 나의 미래가 파노라마처럼 그려지며 지나가고 있다.
초라한 내 모습에 그만 맥이 풀리고 만다.
또다시 비바람이 나의 가슴을 친다.
뼛속까지 친다.

이혼이라는 것,
“그래 네가 그리 원한다면 내가 해 줄게, 너 잘 먹고 잘살아라”
하며 내심 담담한 척 이혼 서류에 도장을 꾹!
찍어 줬지만, 내 몸은 그게 아닌가 보다.
그 슬픔만큼 내 몸이 아프다.
고통스럽다.

“나 너 없이도 난 잘 살 수 있어,
 너 같은 배신자 필요 없어,
 내가 너를 버리는 거야, 자식아. 까불지 마.” 

당당한 척, 도도한 척, 자신 있는 척 행동했지만 내 몸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.
내 몸이 아파하고 있는 것을 보니 그렇다.
내 몸이 내 마음보다 먼저 아파하고 있다.
너무 아프고 힘들다.
이대로 죽을 것만 같다.

“나에게도 내일은 있는 것일까?
 남들도 나처럼 이리 힘들어 했겠지?
 이런 고통도 시간이 다 해결해 주겠지?”

내가 나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런 어쭙잖은 위로 몇 마디이다.
나 정말 잘 할 수 있을까?
정말로 나를 믿어도 되는 것일까?
오늘도 불면증에, 오뉴월 열병에 시달리며 끙끙대고 있는 나를 볼뿐이다.

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이성미 님 경기도 분당시



이성미 님